살면서 들은 말 중에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말들이 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기분이 좋지 않아서 기억하고 싶지 않아도
시도때도 없이 불쑥불쑥 떠오른다.
# 1
20대 초반에 아빠가 돌아가신 후
매년 제사를 지내기 위해 시골로 갔었다.
결혼 후에도 언제나 그랬듯
제사를 지내기 위해 시골로 내려갔는데
그럴때마다 시어머님이 그러시는 거다.
"뭐하러 그 먼데까지 가니?
왔다갔다 돈도 많이 들고,
원래 딸자식은 아버지 제사에 안가도 되는거다"
그 후 몇년 뒤 시아버님 돌아가신 후,
우리 집에서 제사를 지내는데,
시누이 두분은 매년 오고 계신다.
# 2
아이를 낳고 3개월 육아휴직 후에
(그때 당시는 3개월 육아휴직도 감지덕지였던 시절이었다)
직장에 복귀했고,
아이는 시어머니께서 봐주셨다.
퇴근하면 부리나케 시댁으로 가서
아이를 픽업하던 그때 그시절,
어느날은 신랑이 일찍 끝나서 아이랑 같이
시댁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차로 출퇴근하기 때문에)
그날따라 퇴근하기 몇분전에 일이 생겨서
마무리하고 오느라 1시간 정도 늦었고
기다리다 지친 신랑이 한마디 했다.
"아까 온다면서 왜 이렇게 늦어?"
안그래도 갑자기 생긴 일이라
부랴부랴 처리하고 오느라 정신이 없는데,
너무 어이가 없어서 나도 한마디 거들었다.
"내가 놀고 왔어? 놀고 왔냐고?"
이때 시어머니께서,
현관에서 집에 갈 준비를 하고 있는 나한테 와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여자가 돈번다고 유세떠는거 아니다"
# 3
회사에서 승진을 하고 부서이동을 했다.
새로운 업무와 함께 닥친 야근 분위기때문에
예전처럼 칼퇴하고 아이를 데리러 갈 상황이 안됐다.
어쩔 수 없이 시어머니께 양해를 구하고
아이를 늦게 데리러 가거나,
급한 일이 생기면 시댁에 재워야 되는 날도 많아졌다.
잦은 야근에,
신랑이 처음에는
"무슨 부서가 그러냐,
애 데리러 가야한다는 핑계로 빨리와라,
무슨 여자가 야근이냐"
이러더니,
급기야는 "너 바람난거 아니냐?" 이러는 거다.
와~ 완전 생각지도 못했던 멘트에 당황하고 어찌나 억울하던지,
그때 당시에는
여자가 승진하고 본사발령나고 이러는 거
아무나 할 수 있는거 아니었고,
특히 대졸공채 출신이 아닌 나는,
남들한테 밀리지 않고, 좀 더 오래 다니기 위해
죽기살기로 일해서 평가를 잘 받아 이 자리까지 왔는데,
내가 진짜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부글부글
진짜 말이 안나왔다.
그래서 시누이, 신랑의 큰누나,
몇년 봐온 내 나름대로의 생각으로
여군출신에 사회생활 만랩이라
나의 상황을 이해해줄 수 있을거라 생각해서,
전화로 나의 억울함을 피력했다.
나의 얘기를 다 듣고 난 그 분은 이렇게 얘기했다.
"OO이가 (신랑이름) 그렇게 생각했으면, 나름 이유가 있겠지"
어쩌다 보니 TOP3가 다 시댁과 얽힌 일이라
다소 편파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다.
어쨌든 난 그 이후로 시댁 가족과는 마음의 대화를 하지 않게 되었다.